돌아가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처세의 지혜에 대하여
차례
로그인

처세의 지혜에 대하여

무서운 것은 높이가 아니라 비탈이다!

눈길은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손은 위로 뻗는 비탈, 거기서 마음은 제 두 갈래 의지 앞에서 아찔해진다.

아, 벗들이여, 그대들은 내 마음의 두 갈래 의지도 알아맞히겠는가?

이것, 이것이 나의 비탈이요 나의 위험이니, 내 눈길은 높은 곳으로 곤두박질치는데 내 손은 붙잡고 기댈 데를 찾으려 한다…… 깊은 곳에서!

내 의지는 인간에게 매달리고 나는 사슬로 나 자신을 인간에게 묶는데, 무언가가 나를 위버멘쉬에게로 잡아채 끌어올리기 때문이니, 나의 또 다른 의지는 그리로 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러려고 나는 인간들 사이에서 그들을 모르는 것처럼 눈먼 채로 사니, 내 손이 굳건한 것에 대한 믿음을 아주 잃어버리지 않게 하려 함이다.

나는 그대들 인간을 알지 못하노라. 이 어둠이자 위로가 자주 내 둘레에 드리워 있다.

나는 건달이면 누구든 맞으려고 성문 곁에 앉아서 묻는다. 누가 나를 속이려는가?

이것이 나의 첫째 처세의 지혜다. 사기꾼들을 경계하지 않으려고 나는 속아 준다.

아, 내가 인간을 경계한다면, 인간이 어떻게 내 열기구의 닻이 되어 줄 수 있겠는가! 무언가가 너무도 쉽게 나를 위로, 저 멀리 잡아채 가리라!

내 운명을 굽어살피는 섭리는 이러하니, 나는 앞뒤를 살피지 말고 살아야 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목말라 쓰러지지 않으려는 자는 어떤 잔으로든 마시는 법을 배워야 하고, 인간들 사이에서 깨끗하게 남으려는 자는 더러운 물로도 몸을 씻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자주 이렇게 말했다. "좋다! 자, 일어나라! 늙은 마음이여! 불행 하나가 그대에게서 빗나갔다. 이것을 그대의…… 행복으로 누려라!"

그러나 이것이 나의 둘째 처세의 지혜다. 나는 긍지 높은 자들보다 허영심 많은 자들을 더 너그럽게 대한다.

상처 입은 허영심이야말로 모든 비극의 어머니가 아닌가? 그러나 긍지가 상처 입는 곳에서는 긍지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자라나리라.

삶이 보기 좋은 것이 되려면 삶이라는 연극이 잘 연기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배우들이 있어야 한다.

허영심 많은 자들은 모두 좋은 배우임을 나는 알았으니, 그들은 연기하며 사람들이 즐겨 자기를 구경해 주기를 원하고, 그들의 온 정신이 이 의지에 쏠려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무대에 올리고 스스로를 지어낸다. 그들 곁에서 나는 삶을 구경하기를 좋아하니, 그것이 우울을 낫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허영심 많은 자들을 너그럽게 대하니, 그들은 내 우울을 고쳐 주는 의사들이요, 연극에 붙들어 매듯 나를 인간에게 단단히 붙들어 매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허영심 많은 자가 얼마나 깊이 겸손한지 누가 다 헤아리랴! 그의 겸손 때문에 나는 그에게 호의를 품고 그를 동정한다.

그는 그대들에게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배우려 하니, 그대들의 눈길을 먹고 살며 그대들의 손바닥에서 칭찬을 받아먹는다.

그대들이 그를 두고 좋게 거짓말을 하면 그는 그대들의 거짓말조차 믿는다. 그의 마음은 가장 깊은 곳에서 이렇게 한숨짓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제 자신을 알지 못하는 덕이 참된 덕이라면, 자, 허영심 많은 자는 제 겸손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의 셋째 처세의 지혜다. 나는 그대들이 겁을 낸다고 해서 악한 자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망치게 두지 않는다.

뜨거운 해가 품어 깨운 경이로운 것들, 호랑이와 야자나무와 방울뱀을 보는 것이 나는 복되다.

인간들 가운데에도 뜨거운 해가 까 놓은 아름다운 새끼들이 있고, 악한 자들에게도 경탄할 만한 것이 많다.

하기야 그대들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자들이 내게는 그리 지혜로워 보이지 않았듯, 인간들의 사악함도 소문만 못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나는 자주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방울뱀들이여, 무엇하러 아직도 방울을 울려 대느냐?

진실로, 악에게도 아직 미래가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뜨거운 남쪽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고작 너비가 열두 자에 길이가 석 달밖에 안 되는 것을 벌써부터 가장 지독한 사악함이라 부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언젠가 더 큰 용들이 세상에 나오리라.

위버멘쉬에게 그에게 걸맞은 용, 곧 위버-용(Über-Drache)이 없어서는 안 되니, 그러려면 뜨거운 햇볕이 아직도 오래도록 축축한 원시림 위에서 이글거려야 한다!

먼저 그대들의 들고양이들에게서 호랑이가 나오고 그대들의 독두꺼비들에게서 악어가 나와야 하니, 훌륭한 사냥꾼은 훌륭한 사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실로, 선하고 의로운 자들이여! 그대들에게는 웃을 거리가 많으니,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악마'라 불려 온 것을 그대들이 두려워한다는 것이 그렇다!

그대들의 영혼은 위대한 것에 너무도 낯설어서, 위버멘쉬는 그 선함으로도 그대들에게 무시무시하리라!

그리고 그대 현자들과 아는 자들이여, 위버멘쉬가 기쁨에 겨워 알몸을 적시는 지혜의 불볕을 피해 그대들은 달아나리라!

내 눈이 마주친 가장 높은 인간들이여! 이것이 그대들에 대한 나의 의심이요 나의 남모르는 웃음이니, 짐작건대 그대들은 나의 위버멘쉬를…… 악마라 부르리라!

아, 나는 이 가장 높은 자들, 가장 뛰어난 자들에게 지쳤으니, 그들의 '높이'에서 나는 위로, 밖으로, 저 멀리 위버멘쉬에게로 가기를 갈망했다!

이 가장 뛰어난 자들이 벌거벗은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소름이 끼쳤고, 그때 먼 미래들로 날아가도록 내게 날개가 돋았다.

어떤 조각가가 꿈꾼 것보다 더 먼 미래들로, 더 남쪽의 남쪽들로, 신들이 온갖 옷을 부끄러워하는 그곳으로!

그러나 이웃들이여, 동료 인간들이여, 그대들만은 변장한 모습으로, 잘 차려입고 허영에 들뜨고 점잔 빼는 '선하고 의로운 자들'로 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도 변장한 채 그대들 사이에 앉아 있으련다. 그대들도 나도 몰라보도록. 이것이 바로 나의 마지막 처세의 지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