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이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On Liberty》 1859년판을 한국어로 완역한 것이다. 요약하거나 간추리지 않았다. 원문 한 문단이 번역문 한 문단이며, 다섯 장의 문단 수가 원문과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다.
1859년
이 책은 《종의 기원》과 같은 해에 나왔다. 2월에 자유론, 11월에 종의 기원이다. 한 해가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논증과 자연선택의 논증을 함께 내놓은 셈이다. 에테르 라이브러리에 두 권이 나란히 놓인다.
강제하는 주체를 섞지 않았다
이 책의 논증 전체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강제할 수 있는가」를 가리는 데 있다. 그래서 밀은 강제하는 주체를 아주 조심스럽게 구별해 쓴다.
society 사회 · government 정부 · the State 국가 · mankind 인류 · the public 대중 · the majority 다수 · public opinion 여론.
이 번역은 일곱 낱말을 끝까지 섞지 않았다. 밀은 국가의 강제보다 사회의 강제가 더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이고,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역어가 한 번이라도 흔들리면 그 논지가 사라진다.
「개성」이 아니라 「개별성」이다
3장 전체가 individuality 하나 위에 서 있다. 이 번역은 그것을 개별성으로 옮겼고, 본문 어디에도 「개성」을 쓰지 않았다.
한국어 「개성」은 타고난 성격의 빛깔에 가깝다. 밀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길러 내는 것, 곧 가만두면 저절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눌리면 사라지는 능력이다. 3장 제목이 「행복의 한 요소인 개별성」인 까닭이 여기 있다. 개별성은 행복의 장식이 아니라 구성 요소라는 것이 밀의 주장이다.
같은 이유로 opinion은 의견이고 public opinion만 여론이다. self-regarding은 자기에게만 관계되는이다. 「개인적인」이 아니다. 사적이냐 공적이냐가 아니라 남에게 해를 끼치느냐가 밀이 그은 선이기 때문이다.
당대의 말을 그대로 두었다
1장에 밀이 자유의 원리를 세운 바로 다음에 예외를 다는 대목이 있다. 「사회의 뒤처진 상태」에는 이 원리가 적용되지 않으며, 그런 사회에는 「아크바르나 카롤루스 대제 같은 이에게 두말없이 복종하는 것」밖에 없다고 쓴다. 3장에서는 중국과 동방을 「관습의 전제(專制)가 완전한」 정체된 사회의 보기로 든다.
순화하지 않았다. 오늘날 밀 비판의 핵심이 바로 이 대목이다. 역자가 손보면 독자는 판단할 재료 자체를 잃는다. 밀이 1823년부터 1858년까지 35년 동안 동인도회사에서 일했고 이 책이 회사의 인도 통치가 끝난 이듬해에 나왔다는 사실과, 이 문단들은 떼어 읽을 수 없다.
당대의 종교·민족 명칭(Mahomedans · Mussulmans · Hindoos · Parsees)도 밀이 쓴 대로 옮겼다. 대신 각주를 달아 그 말이 당시 무엇을 가리켰는지, 오늘날 통용되는 명칭은 무엇인지 밝혔다. 각주에서 밀을 꾸짖지는 않았다. 사실만 적고 판단은 읽는 이에게 맡긴다.
그 밖에
- 저본 앞머리의 편집자 서문은 싣지 않았다. W. L. 커트니가 쓴 것으로 밀의 글이 아니다. 밀 자신의 헌사와 훔볼트 제사는 실었다. - 각주는 원저 9개와 옮긴이 주 46개다. 원저 각주에는 따로 표시하지 않았고, 옮긴이가 붙인 것은 모두 「옮긴이 주」로 시작한다. - 저본의 오식은 조용히 고치지 않고 각주에 밝혔다. 2장에 부정어가 빠져 뜻이 뒤집힌 자리가 한 군데 있다. 초판 이래의 판본을 따라 옮기고 저본 독법을 각주에 적었다. - 당대 법률 용어는 뜻이 바로 통하도록 옮기고 당대 용어를 각주에 남겼다. fornication을 「혼외 성관계」로 옮기고 「사통(私通)」을 각주에 적은 것이 그 예다. - 줄표(—)를 쓰지 않았다. 밀의 삽입구는 괄호나 문장 분리로 옮겼다.
권리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의 원저는 퍼블릭 도메인이다. 영어가 원문이므로 중간 역자가 없고, 따라서 중역이 아니다. 이 한국어 번역은 CC BY-NC 4.0으로 공개한다. 출처를 밝히면 자유로이 나누어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