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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빈다

언젠가 고빈다는 다른 승려들과 함께, 쉬어 가는 철을 맞아 기녀 카말라가 고타마의 제자들에게 바친 즐거움의 숲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그는 숲에서 하루 길 떨어진 강가에 늙은 뱃사공 하나가 사는데 많은 이가 현자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길을 떠나게 되었을 때 고빈다는 이 뱃사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나루로 가는 길을 골랐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계율에 따라 살았고, 나이와 겸손함 때문에 젊은 승려들에게서도 경외의 눈길을 받았지만, 고빈다의 가슴속에서는 불안이, 찾아 헤맴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고빈다는 강에 이르러 노인에게 건네 달라고 청했고, 건너편에 닿아 배에서 내릴 때 노인에게 말했다. "그대는 우리 승려들과 순례자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베푸는구려. 우리 가운데 많은 이를 벌써 강 건너로 건네주었소. 뱃사공이여, 그대 또한 바른 길을 찾는 사람이 아니오?"

싯다르타가 늙은 눈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 존귀하신 분이시여, 그대는 스스로를 찾는 사람이라 하오? 벌써 나이가 지긋하고, 고타마의 승려들이 입는 옷을 입고 있으면서?"

"늙기는 늙었소," 고빈다가 말했다. "하지만 찾기를 그만두지는 않았소. 나는 결코 찾기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오. 그것이 내가 타고난 길인 듯하오. 내가 보기에는 그대도 찾아 헤맨 사람 같구려. 내게 한마디 들려주겠소, 존경하는 이여?"

싯다르타가 말했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내가 그대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소? 어쩌면 그대가 너무 많이 찾는다는 말이겠소? 찾느라고 찾아내지 못한다는 말이겠소?"

"어째서 그렇소?" 고빈다가 물었다.

"누군가 찾을 때면,"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 눈이 제가 찾는 것만 보게 되기 쉽고, 그 사람은 늘 찾는 것만 생각하고 목표가 있고 목표에 사로잡혀 있는 탓에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제 안에 들이지 못하게 되기 쉽소. 찾는다는 것은 목표가 있다는 것이오. 그러나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것, 열려 있다는 것, 목표가 없다는 것이오. 존귀하신 분이시여, 그대는 제 목표를 좇느라 바로 눈앞에 있는 많은 것을 보지 못하니, 어쩌면 참으로 찾는 사람일지도 모르오."

"아직 다는 알아듣지 못하겠소," 고빈다가 청하듯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오?"

싯다르타가 말했다. "오, 존귀하신 분이시여, 여러 해 전 언젠가 그대는 이미 한 번 이 강가에 온 적이 있소. 그리고 강가에서 잠든 사람 하나를 보고는, 그 사람의 잠을 지켜 주려고 곁에 앉았소. 그러나 오, 고빈다, 너는 그 잠든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어."

놀란 승려는 마법에 홀린 사람처럼 뱃사공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네가 싯다르타야?" 고빈다가 수줍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도 너를 못 알아볼 뻔했구나! 진심으로 반갑다, 싯다르타. 너를 다시 보게 되어 진심으로 기뻐! 많이 변했구나, 친구야. 그래서 이제 뱃사공이 된 거야?"

싯다르타가 다정하게 웃었다. "그래, 뱃사공이야. 고빈다, 어떤 사람들은 많이 변해야 하고 온갖 옷을 걸쳐 봐야 해. 나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야, 친구야. 잘 왔어, 고빈다. 오늘 밤은 내 오두막에서 묵어 가."

고빈다는 그날 밤 오두막에 묵으며, 한때 바수데바의 잠자리였던 잠자리에서 잤다. 그는 젊은 날의 벗에게 많은 것을 물었고, 싯다르타는 제 삶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어야 했다.

이튿날 아침, 하루 길을 떠날 때가 되자 고빈다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길을 다시 떠나기 전에, 싯다르타, 하나만 더 묻게 해 줘. 너에게는 가르침이 있어? 네가 따르는 믿음이나 앎이, 네가 살아가고 바르게 행하도록 도와주는 믿음이나 앎이 있어?"

싯다르타가 말했다. "알잖아, 친구야, 나는 젊었을 때 벌써, 우리가 숲에서 참회자들과 함께 살던 그 시절에 벌써, 가르침과 스승을 믿지 못하게 되어 그들에게 등을 돌렸어. 지금도 그대로야. 그런데도 그 뒤로 나는 많은 스승을 두었어. 아름다운 기녀 하나가 오랫동안 내 스승이었고, 부유한 상인 하나가 내 스승이었고, 주사위 노름꾼 몇몇도 내 스승이었어. 한번은 떠돌아다니는 붓다의 제자 하나가 내 스승이 된 적도 있는데, 순례길에 내가 숲에서 잠들었을 때 내 곁에 앉아 있던 사람이야. 그 사람에게서도 나는 배웠고, 그 사람에게도 나는 고마워, 아주 고마워. 하지만 가장 많이 배운 건 여기, 이 강에게서, 그리고 내 앞사람인 뱃사공 바수데바에게서였어. 바수데바는 아주 단순한 사람이었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꼭 필요한 것을 고타마만큼이나 잘 알았으며, 완전한 사람이었고, 성자였어."

고빈다가 말했다. "오, 싯다르타, 너는 아직도 짓궂게 놀리기를 조금 좋아하는 것 같구나. 네가 어느 스승도 따르지 않았다는 건 나도 믿고, 알아. 하지만 너 스스로는, 가르침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만의 것이고 네가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어떤 생각들을, 어떤 인식들을 찾아내지 않았어? 그 가운데 무언가를 내게 들려준다면 내 마음이 기쁠 거야."

싯다르타가 말했다. "생각들은 있었지, 그래, 인식들도 이따금 있었어. 나는 때때로, 한 시간 동안이나 하루 동안, 사람이 제 가슴속에서 생명을 느끼듯 내 안에서 앎을 느꼈어. 여러 가지 생각이었지만, 그걸 너에게 전하기는 어려울 거야. 봐, 나의 고빈다, 이건 내가 찾아낸 생각 가운데 하나야. 지혜는 전할 수 없다. 현자가 전하려고 애쓰는 지혜는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린다."

"농담이야?" 고빈다가 물었다.

"농담이 아니야. 내가 찾아낸 것을 말하는 거야. 앎은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다. 지혜는 찾아낼 수 있고, 살아 낼 수 있고, 지혜에 실려 갈 수도 있고, 지혜로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어. 내가 젊었을 때 벌써 이따금 어렴풋이 느꼈고, 나를 스승들에게서 떠나도록 몰아낸 게 바로 이거야. 고빈다, 나는 생각 하나를 찾아냈는데, 너는 이것도 농담이나 바보 같은 소리로 여기겠지만, 이게 내 가장 좋은 생각이야. 그 생각은 이래.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똑같이 참이다! 말하자면 이런 거야. 진리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 때에만 입 밖에 내어 말로 감쌀 수 있어. 생각으로 생각하고 말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모두 치우쳐 있고, 모두 반쪽이고, 온전함도, 둥긂도, 하나임도 모두 없어. 거룩한 고타마께서 가르치시며 세상을 말씀하실 때, 그분은 세상을 윤회와 열반으로, 착각과 진리로, 괴로움과 해탈로 나누셔야 했어. 달리 어쩔 수 없어. 가르치려는 사람에게는 다른 길이 없어. 하지만 세상 그 자체는, 우리 둘레에 있고 우리 안에 있는 것은 결코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아. 사람이든 행위든 결코 온전히 윤회이거나 온전히 열반인 법이 없고, 사람은 결코 온전히 거룩하거나 온전히 죄 많은 법이 없어. 우리가 착각에 매여 있으니 시간이 실재하는 무엇처럼 보일 뿐이야. 시간은 실재하지 않아, 고빈다. 나는 이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겪었어. 그리고 시간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영원 사이에, 괴로움과 지복 사이에, 악과 선 사이에 가로놓인 듯 보이는 거리도 착각이야."

"어째서 그래?" 고빈다가 두려운 듯 물었다.

"잘 들어, 친구야, 잘 들어! 죄인은,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한 그 죄인은 죄인이지만, 언젠가 다시 브라흐만이 될 거고, 언젠가 열반에 이를 거고, 붓다가 될 거야. 그런데 이제 봐, 이 '언젠가'는 착각이고, 비유일 뿐이야! 우리 생각은 사물을 달리 그려 볼 줄 모르지만, 죄인은 붓다가 되는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니고, 무언가로 발전해 가는 중인 것도 아니야. 아니야, 죄인 안에는 지금 오늘 벌써 앞으로 올 붓다가 있고, 그의 미래는 이미 다 여기 있으니, 너는 그 사람 안에서, 네 안에서, 모든 사람 안에서 되어 가는 붓다를, 될 수 있는 붓다를, 숨은 붓다를 공경해야 해. 고빈다, 친구야, 세상은 불완전하지도 않고, 완전함을 향해 느린 길을 가고 있는 것도 아니야. 아니야, 세상은 순간마다 완전하고, 모든 죄는 이미 은총을 제 안에 품고 있고, 모든 어린아이는 이미 노인을 제 안에 품고 있고, 모든 젖먹이는 죽음을, 모든 죽어 가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품고 있어. 누구도 남을 보고 그가 제 길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알 수 없고, 강도와 노름꾼 안에서 붓다가 기다리며, 브라만 안에서 강도가 기다려. 깊은 명상 속에서는 시간을 없앤 채, 있었던 삶과 있는 삶과 있을 삶을 모두 동시에 볼 수 있는데, 그러면 모든 것이 좋고, 모든 것이 완전하고, 모든 것이 브라흐만이야. 그래서 내게는 있는 것이 좋아 보여. 죽음도 삶도, 죄도 거룩함도, 영리함도 어리석음도 좋아 보이고, 모든 것이 그래야만 하며, 모든 것에 필요한 건 오직 내 동의, 오직 내 기꺼운 마음,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내 마음뿐이니, 그러면 모든 것이 내게 좋고, 나를 북돋울 뿐, 결코 나를 해칠 수 없어. 나는 내 몸으로, 내 영혼으로 겪어서 알아. 내게는 죄가 몹시 필요했고, 관능이, 재물을 좇는 일이, 허영이 필요했고, 가장 부끄러운 절망이 필요했어. 그래야 거스르는 마음을 버리는 법을 배우고,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세상을 더는 내가 바라는 어떤 세상, 내가 그려 낸 어떤 세상, 내가 생각해 낸 어떤 완전함과 견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두고 사랑하며 기꺼이 세상에 속할 수 있었으니까. 오, 고빈다, 이것이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 가운데 몇 가지야."

싯다르타는 몸을 굽혀 땅에서 돌 하나를 주워 들고, 손바닥에 얹어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이건," 싯다르타가 장난스레 말했다. "돌인데, 이 돌은 어느 때가 되면 어쩌면 흙이 될 테고, 흙에서 초목이나 짐승이나 사람이 될 거야. 예전 같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거야. 이 돌은 한낱 돌일 뿐이고 값어치가 없으며 마야의 세계에 속한 것이지만, 탈바꿈의 순환 속에서 어쩌면 사람도 되고 정신도 될 수 있으니, 그래서 나는 이 돌에게도 값어치를 인정해 준다. 예전 같으면 아마 그렇게 생각했겠지. 하지만 오늘 나는 이렇게 생각해. 이 돌은 돌이고, 짐승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고, 붓다이기도 하다. 나는 이 돌이 언젠가 이것이나 저것이 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벌써 오래전부터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 돌을 공경하고 사랑해. 그리고 바로 이것, 이 돌이 돌이라는 것, 지금 오늘 내게 돌로 나타난다는 것, 바로 그래서 나는 이 돌을 사랑하고, 그 결 하나하나에서, 오목한 곳 하나하나에서, 그 노란빛에서, 그 잿빛에서, 그 단단함에서, 내가 두드리면 울려 나오는 그 소리에서, 그 겉면이 마르고 젖은 데서 값어치와 뜻을 봐. 기름이나 비누처럼 만져지는 돌이 있고, 나뭇잎처럼, 모래처럼 만져지는 돌도 있는데, 저마다 남다르고 저마다 제 나름대로 옴을 읊어 기도하며, 저마다 브라흐만이면서도 그만큼 똑같이 돌이고, 기름지거나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바로 그게 내 마음에 들고, 경이롭고 경배할 만해 보여. 하지만 이 이야기는 더 하지 않을래. 말은 숨은 뜻에 이롭지 않아서, 무엇이든 입 밖에 내면 모든 게 곧 조금 달라지고, 조금 뒤틀리고, 조금 바보 같아져. 그래, 그것도 아주 좋고 내 마음에 아주 들어서, 한 사람에게 보물이요 지혜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린다는 것도 나는 기꺼이 받아들여."

고빈다는 말없이 귀를 기울였다.

"왜 나한테 그 돌 이야기를 했어?" 잠시 말이 끊긴 뒤 고빈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별 뜻 없이 한 이야기야. 아니, 어쩌면 내가 바로 그 돌을, 그리고 강을,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고 거기서 배울 수 있는 이 모든 사물을 사랑한다는 뜻이었는지도 몰라. 나는 돌 하나를 사랑할 수 있어, 고빈다. 나무 한 그루나 나무껍질 한 조각도 사랑할 수 있어. 그건 사물이고, 사물은 사랑할 수 있어. 하지만 말은 사랑할 수 없어. 그래서 가르침은 나와 맞지 않아. 가르침에는 단단함도, 부드러움도, 빛깔도, 모서리도, 냄새도, 맛도 없고, 말밖에 없으니까. 네가 평화를 찾지 못하게 막는 게 어쩌면 이것인지도, 어쩌면 그 많은 말인지도 몰라. 해탈과 덕도, 윤회와 열반도 그저 말일 뿐이니까, 고빈다. 열반이라는 사물은 없어. 열반이라는 말만 있을 뿐이야."

고빈다가 말했다. "열반은 그저 말이 아니야, 친구야. 열반은 생각이야."

싯다르타가 말을 이었다. "생각, 그럴지도 모르지. 친구야, 너한테 털어놓아야겠어. 나는 생각과 말을 그다지 가르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생각도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아. 나는 사물을 더 대단하게 여겨. 이를테면 여기 이 나룻배에서 한 사람이 내 앞사람이자 스승이었는데, 거룩한 사람이었던 그 사람은 여러 해 동안 그저 강을 믿었고, 다른 건 아무것도 믿지 않았어. 그 사람은 강의 목소리가 자기에게 말을 건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 목소리에게서 배웠고, 그 목소리가 그 사람을 기르고 가르쳤어. 그 사람에게 강은 신처럼 보였고, 어느 바람이든, 어느 구름이든, 어느 새든, 어느 딱정벌레든 저 공경받는 강과 꼭 마찬가지로 신성하고 강만큼 많이 알고 가르칠 수 있다는 걸, 그 사람은 여러 해 동안 몰랐어. 하지만 이 성자가 숲으로 갔을 때, 그때 그 사람은 스승도 없이, 책도 없이, 오직 강을 믿었다는 것 하나로 모든 걸 알았고, 너나 나보다 더 많이 알았어."

고빈다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사물'이라 부르는 것이 정말 실재하는 무엇이야? 본질을 지닌 무엇이야? 그건 마야의 속임수일 뿐이고, 한낱 그림이요 헛것일 뿐이지 않아? 네 돌, 네 나무, 네 강, 그것들이 정말 실재야?"

"그것도," 싯다르타가 말했다. "나는 크게 마음 쓰지 않아. 사물이 헛것이든 아니든, 그렇다면 나 또한 헛것이니, 사물은 언제나 나와 같은 것들이야. 사물이 나와 같은 것들이라는 것, 바로 그게 사물을 내게 그토록 사랑스럽고 공경할 만하게 만들고, 그래서 나는 사물을 사랑할 수 있어. 그리고 이건 네가 웃을 가르침인데, 오, 고빈다, 내게는 사랑이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해 보여. 세상을 꿰뚫어 보고, 세상을 설명하고, 세상을 업신여기는 건 위대한 사상가들이 할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오직,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감탄과 경외로 바라볼 수 있는 것뿐이야."

"그건 알겠어," 고빈다가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을 그분이, 세존께서 속임수로 꿰뚫어 보셨어. 세존께서는 호의와 너그러움과 연민과 관용을 명하시지, 사랑을 명하시지는 않아.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이 땅의 것에 묶어 두는 걸 금하셨어."

"알아."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의 미소가 금빛으로 빛났다. "알아, 고빈다. 그런데 봐, 우리는 지금 견해의 덤불 한가운데에, 말다툼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어. 사랑에 관한 내 말이 고타마의 말씀과 모순된다는 걸, 모순되어 보인다는 걸 나는 부인할 수 없으니까. 이 모순이 착각이라는 걸 알기에, 바로 그래서 나는 말을 그토록 믿지 않아. 나는 내가 고타마와 한마음이라는 걸 알아. 그분이 어찌 사랑을 모르셨겠어, 사람의 모든 존재를 그 덧없음 속에서, 그 헛됨 속에서 꿰뚫어 보셨으면서도 사람들을 그토록 사랑하셔서, 길고 고된 한평생을 오로지 사람들을 돕고 가르치는 데 바치신 그분이! 그분에게서도, 네 위대한 스승에게서도, 내게는 말보다 사물이 더 소중하고, 그분의 말씀보다 그분의 행함과 삶이, 그분의 견해보다 그분 손의 몸짓이 더 중요해. 나는 그분의 위대함을 말씀에서도, 생각에서도 보지 않아. 오직 행함에서, 삶에서 봐."

두 노인은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이윽고 고빈다가 작별의 절을 하며 말했다. "고마워, 싯다르타, 네 생각을 조금 들려줘서. 더러는 기이한 생각이라 다 곧바로 알아듣지는 못했어. 그건 어찌 되든, 고마워. 평온한 날들 보내길 빌게."

(그러나 속으로 남몰래 고빈다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싯다르타는 별난 사람이고, 별난 생각을 입 밖에 내며, 그 가르침은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린다. 세존의 순수한 가르침은 다르게, 더 맑고 더 순수하고 더 알아듣기 쉽게 들리고, 그 안에는 기이한 것도, 바보 같은 것도, 우스꽝스러운 것도 들어 있지 않다. 그런데 싯다르타의 손과 발, 그 눈, 그 이마, 그 숨결, 그 미소, 그 인사, 그 걸음걸이는 그 생각과 달라 보인다. 우리의 거룩한 고타마께서 열반에 드신 뒤로 다시는, 다시는 이 사람은 성자로구나 하고 느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오직 이 사람, 이 싯다르타만을 그렇게 만났다. 그 가르침이 기이하다 해도, 그 말이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린다 해도, 그 눈길과 그 손, 그 살갗과 그 머리칼, 그의 모든 것에서 순수함이 빛나고, 평온이 빛나고, 밝음과 온화함과 거룩함이 빛나는데, 우리 거룩한 스승께서 마지막 죽음을 맞으신 뒤로 나는 그런 빛을 다른 누구에게서도 본 적이 없다.)

고빈다는 이렇게 생각하며, 가슴속에서 두 마음이 다투는 가운데, 사랑에 이끌려 다시 한번 싯다르타에게로 몸을 숙였다. 평온히 앉아 있는 이 앞에 고빈다는 깊이 머리 숙여 절했다.

"싯다르타," 고빈다가 말했다. "우리는 늙은이가 되었어. 우리 가운데 누구도 이 모습으로 서로를 다시 보기는 어려울 거야. 사랑하는 친구야, 네가 평화를 찾은 게 보여. 고백할게, 나는 평화를 찾지 못했어. 내가 우러르는 친구야, 한마디만 더 해 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을 들려 보내 줘! 내 길에 무언가를 들려 보내 줘. 내 길은 자주 고되고, 자주 어두워, 싯다르타."

싯다르타는 말이 없었고, 늘 한결같은 고요한 미소를 띠고 고빈다를 바라보았다. 고빈다는 두려움을 안고, 그리움을 안고 싯다르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는데, 그 눈길에는 괴로움과 영원한 찾아 헤맴이, 영원히 찾아내지 못함이 쓰여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것을 보고 미소 지었다.

"내게로 몸을 숙여!" 싯다르타가 고빈다의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이리 내게로 몸을 숙여! 그래, 더 가까이! 아주 가까이! 내 이마에 입 맞춰 줘, 고빈다!"

그러나 고빈다가 의아해하면서도 커다란 사랑과 예감에 이끌려 그 말을 따라, 싯다르타에게 가까이 몸을 숙이고 그의 이마에 입술을 대는 동안, 고빈다에게 경이로운 일이 일어났다. 고빈다의 생각이 아직 싯다르타의 별난 말들에 머물러 있는 동안, 고빈다가 아직 헛되이, 마음 한편으로 거스르면서 시간을 생각에서 지워 버리려고, 열반과 윤회를 하나로 그려 보려고 애쓰는 동안, 벗의 말을 얕보는 마음마저 얼마간 그의 안에서 엄청난 사랑과 경외와 다투는 동안, 고빈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

고빈다는 벗 싯다르타의 얼굴을 더는 보지 못했고, 그 대신 다른 얼굴들을, 수많은 얼굴을, 기나긴 행렬을, 얼굴들이 흐르는 강을, 수백, 수천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 얼굴들은 모두 왔다가 사라지면서도 모두 한꺼번에 거기 있는 듯했고, 모두 끊임없이 바뀌고 새로워지면서도 모두 싯다르타였다. 고빈다는 물고기의 얼굴을, 잉어의 얼굴을, 한없이 고통스럽게 입을 벌리고 눈빛이 꺼져 가는, 죽어 가는 물고기의 얼굴을 보았고,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붉고 주름투성이인 채 울음을 터뜨리려 일그러진 얼굴을 보았고, 살인자의 얼굴을 보았고, 그가 사람의 몸에 칼을 찔러 넣는 것을 보았고, 바로 같은 순간에 그 죄인이 묶인 채 무릎 꿇고 망나니가 내리친 칼 한 번에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고, 벌거벗은 사내와 여인의 몸들이 미쳐 날뛰는 사랑의 자세로, 사랑의 싸움으로 뒤엉킨 것을 보았고, 주검들이 고요하고 차갑고 텅 빈 채 길게 누운 것을 보았고, 짐승의 머리들을, 멧돼지의, 악어의, 코끼리의, 황소의, 새의 머리들을 보았고, 신들을 보았고, 크리슈나1를 보았고, 아그니2를 보았고, 이 모든 형상과 얼굴이 서로 천 가지로 얽혀 저마다 다른 것을 돕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없애고, 새로 낳는 것을 보았는데, 저마다 죽고자 하는 몸부림이요 덧없음을 뜨겁고도 아프게 털어놓는 고백이었으나 어느 것도 죽지 않았고, 저마다 모습을 바꿀 뿐 늘 새로 태어나고 늘 새 얼굴을 얻었으되 한 얼굴과 다른 얼굴 사이에 시간이 놓이는 일은 없었으며, 이 모든 형상과 얼굴은 쉬고, 흐르고, 스스로를 낳고, 떠내려가고, 서로에게 흘러들었고, 그 모두의 위에는 얇고 실체 없으면서도 존재하는 무언가가 얇은 유리나 얼음처럼, 투명한 살갗처럼, 물로 된 껍데기나 거푸집이나 가면처럼 늘 씌워져 있었는데, 이 가면이 미소 지었고, 이 가면은 싯다르타의 미소 짓는 얼굴, 그가, 고빈다가 바로 이 같은 순간에 입술을 대고 있는 그 얼굴이었다. 그리고 고빈다가 보니, 가면의 이 미소, 흐르는 형상들 위에 드리운 하나임의 이 미소, 천 번의 태어남과 죽음 위에 드리운 동시에 있음의 이 미소, 싯다르타의 이 미소는 고빈다 자신이 백 번이나 경외하며 보았던 고타마의, 붓다의 미소, 그 고요하고 섬세하고 꿰뚫어 볼 수 없는, 어쩌면 어질고 어쩌면 짓궂은, 지혜로운, 천 겹의 미소와 바로 같은 미소, 꼭 같은 미소였다. 완성에 이른 이들은 그렇게 미소 짓는다는 것을, 고빈다는 알았다.

시간이 있는지, 자기가 본 것이 한순간이었는지 백 년이었는지 더는 알지 못한 채, 싯다르타라는 이가 있는지, 고타마라는 이가 있는지, 나와 너라는 것이 있는지 더는 알지 못한 채, 가장 깊은 곳을 신의 화살에, 입은 상처마저 달콤한 그 화살에 꿰뚫린 듯, 가장 깊은 곳까지 마법에 걸려 녹아 버린 채, 고빈다는 조금 전 입 맞춘 싯다르타의 고요한 얼굴, 조금 전까지 모든 형상과 모든 생성과 모든 존재의 무대였던 그 얼굴 위로 몸을 숙이고 잠시 더 서 있었다. 겉면 아래로 천 겹의 깊이가 다시 닫힌 뒤, 그 얼굴은 변함이 없었고, 싯다르타는 고요히 미소 지었고, 나직하고 부드럽게, 어쩌면 몹시 어질게, 어쩌면 몹시 짓궂게, 꼭 세존이 미소 짓던 그대로 미소 지었다.

고빈다는 깊이 머리 숙여 절했고, 저도 모르는 눈물이 늙은 얼굴 위로 흘러내렸으며, 더없이 지극한 사랑의, 더없이 겸허한 공경의 느낌이 가슴속에서 불처럼 타올랐다.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이 앞에, 살면서 언젠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언젠가 살면서 소중하고 거룩했던 모든 것을 그 미소로 떠올리게 하는 이 앞에, 고빈다는 땅에 닿도록 깊이 머리 숙여 절했다.

주

  1. 1. 힌두교에서 널리 섬기는 신. 비슈누 신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2. 2. 베다의 불의 신. 제사의 불 속에서 제물을 받아 신들에게 나른다고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