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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잔뜩 움츠러든 채 울면서 소년은 어머니의 장례를 지켜보았고, 자기를 아들로 맞아들이며 바수데바의 오두막에서 함께 지내자고 반기는 싯다르타의 말을 어둡고 움츠러든 얼굴로 들었다. 소년은 여러 날 동안 창백하게 질린 채 죽은 이의 언덕에 앉아 있었고, 먹으려 하지 않았고, 눈길을 닫았고, 마음을 닫았으며, 운명에 맞서 버티고 뻗댔다.

싯다르타는 소년을 다그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었으며, 소년의 슬픔을 존중했다. 싯다르타는 이해했다. 아들이 자기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자기를 아버지처럼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천천히 그는 이것도 알아보고 이해했다. 이 열한 살배기가 응석받이 소년이라는 것을, 어머니 품에서만 자란 아이라는 것을, 부유한 살림의 버릇 속에서 자라 귀한 음식과 푹신한 잠자리에 길들고 하인들에게 명령하는 데 길들어 있다는 것을. 싯다르타는 이해했다. 슬픔에 잠긴 응석받이가 낯선 곳에서, 가난 속에서 하루아침에 순순히 만족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아들 몫의 일을 이것저것 대신 해 주었고, 언제나 가장 맛난 한 입을 골라 아들에게 주었다. 천천히, 다정한 인내로 아들의 마음을 얻기를 바랐다.

소년이 찾아왔을 때만 해도 싯다르타는 자기가 부유하고 행복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는데도 소년이 낯설고 어두운 채로 남아 오만하고 고집 센 마음을 내보이고, 아무 일도 하려 들지 않고, 두 늙은이를 공경하지 않고, 바수데바의 과일나무를 털어 가자, 싯다르타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들과 함께 자기에게 온 것은 행복과 평화가 아니라 괴로움과 근심이라는 것을. 그래도 싯다르타는 아들을 사랑했고, 아이 없이 누리던 행복과 기쁨보다 사랑의 괴로움과 근심이 그에게는 더 소중했다. 어린 싯다르타가 오두막에 온 뒤로 두 늙은이는 일을 나누었으니, 바수데바가 다시 혼자서 뱃사공 일을 떠맡았고, 싯다르타는 아들 곁에 있으려고 오두막 일과 밭일을 맡았다.

오랫동안, 여러 달 동안 싯다르타는 기다렸다. 아들이 자기를 이해해 주기를, 자기 사랑을 받아 주기를, 어쩌면 그 사랑에 답해 주기를. 여러 달 동안 바수데바는 지켜보며 기다렸고, 기다리며 침묵했다. 어느 날, 어린 싯다르타가 또다시 고집과 변덕으로 아버지를 몹시 괴롭히고 밥그릇 두 개를 다 깨뜨려 버리자, 그날 저녁 바수데바는 벗을 한쪽으로 불러 이야기를 꺼냈다.

"미안하네," 바수데바가 말했다. "다정한 마음에서 자네에게 하는 말일세. 자네가 스스로를 들볶는 게 보이네. 자네가 시름에 잠긴 게 보이네. 자네 아들이, 사랑하는 벗이여, 자네를 근심하게 하고, 나도 근심하게 하네. 저 어린 새는 다른 삶에, 다른 둥지에 길들어 있네. 그 아이는 자네처럼 역겨움과 싫증에 겨워 부와 도시를 버리고 달아난 게 아니라, 제 뜻과 달리 그 모든 걸 뒤에 두고 떠나올 수밖에 없었네. 나는 강에게 물었네, 오, 벗이여, 몇 번이고 물었네. 그런데 강은 웃네, 나를 비웃네, 나도 비웃고 자네도 비웃으며 우리 어리석음이 우스워 몸을 들썩이네. 물은 물에게로 가려 하고 젊음은 젊음에게로 가려 하는데, 자네 아들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곳에 있지 않네. 자네도 강에게 물어보게. 자네도 강에 귀를 기울여 보게!"

싯다르타는 시름에 잠겨, 숱한 주름마다 한결같은 밝음이 깃든 바수데바의 다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어찌 그 아이와 헤어질 수 있겠소?" 싯다르타가 부끄러워하며 나직이 말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오, 사랑하는 벗이여! 보시오, 나는 그 아이를 얻으려고 싸우고 있소. 그 아이의 마음을 사려고 애쓰고 있소. 사랑으로, 다정한 인내로 그 마음을 붙잡겠소. 언젠가는 강이 그 아이에게도 말을 걸 거요. 그 아이도 부름을 받았소."

바수데바의 미소가 더 따뜻하게 피어났다. "오, 그렇고말고. 그 아이도 부름을 받았네. 그 아이도 영원한 생명에 속해 있네. 하지만 자네와 나, 우리가 과연 알겠나? 그 아이가 무엇으로 부름을 받았는지, 어떤 길로, 어떤 행실로, 어떤 괴로움으로 부름을 받았는지? 그 아이의 괴로움은 작지 않을 걸세. 그 아이 마음은 오만하고 모질지 않은가. 그런 사람은 많이 괴로워하고, 많이 헤매고, 많이 그릇된 짓을 하고, 많은 죄를 짊어져야 하네. 말해 보게, 사랑하는 벗이여. 자네는 아들을 가르치지 않나? 강요하지 않나? 때리지 않나? 벌주지 않나?"

"하지 않소, 바수데바. 그런 일은 하나도 하지 않소."

"그럴 줄 알았네. 자네가 강요하지 않고, 때리지 않고, 명령하지 않는 건, 부드러움이 단단함보다 강하고, 물이 바위보다 강하고, 사랑이 폭력보다 강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세. 아주 좋네, 자네를 칭찬하네. 그런데 자네가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벌주지 않는다고 여기는 건 자네의 착각이 아닌가? 자네는 자네 사랑으로 아이를 옭아매고 있지 않나? 자네의 어진 마음과 인내로 날마다 아이를 부끄럽게 하고, 아이를 더 힘들게 하고 있지 않나? 그 거만한 응석받이 소년에게, 바나나나 먹고 살아 쌀밥만 해도 별미로 아는 두 늙은이, 그 아이와 생각이 통할 수 없고 가슴은 늙고 고요해서 그 아이 가슴과는 다른 걸음으로 뛰는 두 늙은이와 오두막에서 함께 살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나? 이 모든 것으로 그 아이는 강요당하고, 벌받고 있지 않은가?"

싯다르타는 가슴이 뜨끔하여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나직이 물었다. "그대 생각에는 내가 어찌해야 하겠소?"

바수데바가 말했다. "아이를 도시로 데려가게. 제 어머니 집으로 데려가게. 거기 아직 하인들이 있을 테니, 그들에게 아이를 맡기게. 하인들이 더는 없거든 스승에게 데려가게. 가르침을 받으라는 게 아니라, 다른 소년들 틈에, 소녀들 틈에, 제 세상 속에 들어가게 하라는 걸세. 자네는 이걸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나?"

"그대는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구려." 싯다르타가 서글프게 말했다. "나도 자주 그 생각을 했소. 하지만 보시오, 그러잖아도 마음이 순하지 못한 그 아이를 어떻게 그런 세상에 내준단 말이오? 호사에 물들지 않겠소? 쾌락과 권세에 빠져 제 자신을 잃지 않겠소? 제 아비의 잘못을 모두 되풀이하지 않겠소? 어쩌면 윤회 속에서 송두리째 길을 잃고 말지 않겠소?"

뱃사공의 미소가 환하게 빛났다. 바수데바는 싯다르타의 팔에 살며시 손을 대며 말했다. "그걸 강에게 물어보게, 벗이여! 강이 그걸 두고 웃는 소리를 들어 보게! 자네는 정말로 믿나? 자네가 그 어리석은 짓들을 저지른 게, 아들은 그걸 면하게 해 주려고 그랬다고? 그리고 자네가 아들을 윤회로부터 지켜 줄 수 있겠나? 어떻게 말인가? 가르침으로? 기도로? 타이름으로? 사랑하는 벗이여, 언젠가 바로 이 자리에서 자네가 내게 들려준 그 이야기를, 브라만의 아들 싯다르타에 관한 그 교훈 가득한 이야기를 자네는 까맣게 잊었나? 누가 사문 싯다르타를 윤회로부터, 죄로부터, 탐욕으로부터, 어리석음으로부터 지켜 주었나? 아버지의 경건함이, 스승들의 타이름이, 제 앎이, 제 찾아 헤맴이 그를 지켜 줄 수 있었나? 스스로 삶을 살아 내고, 스스로 삶에 제 몸을 더럽히고, 스스로 허물을 짊어지고, 스스로 쓴잔을 들이켜고, 스스로 제 길을 찾아내는 그 일을, 어느 아버지가, 어느 스승이 막아 줄 수 있었나?"

"사랑하는 벗이여, 자네는 이 길을 누군가는 어쩌면 면할 수도 있으리라 믿나? 자네가 그 아이를 사랑하니까, 자네가 그 아이에게 괴로움과 아픔과 환멸을 면하게 해 주고 싶으니까, 어쩌면 자네의 그 어린 아들만은 면하리라고? 하지만 자네가 그 아이를 위해 열 번을 죽는다 해도, 그걸로 그 아이의 운명에서 가장 작은 한 조각도 덜어 줄 수는 없을 걸세."

바수데바가 이토록 많은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싯다르타는 다정하게 고마움을 전하고는 시름에 잠겨 오두막으로 들어갔고,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수데바가 한 말은 하나같이 싯다르타가 이미 스스로 생각해 보고 알고 있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행할 수 없는 앎이었으니, 앎보다 강한 것은 소년을 향한 사랑이었고, 앎보다 강한 것은 애틋함이었고, 소년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싯다르타가 일찍이 그 무엇에 이토록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었던가, 일찍이 그 누구를 이토록, 이토록 눈멀게, 이토록 괴롭게, 이토록 보람 없이, 그러면서도 이토록 행복하게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싯다르타는 벗의 충고를 따를 수 없었다. 아들을 내줄 수 없었다. 그는 소년이 자기에게 명령하게 두었고, 소년이 자기를 업신여기게 두었다. 그는 침묵하며 기다렸고, 날마다 다정함의 말 없는 싸움을, 인내의 소리 없는 전쟁을 새로 시작했다. 바수데바도 침묵하며 기다렸다. 다정하게, 다 알면서, 오래 참으며. 인내라면 두 사람 다 달인이었다.

언젠가 소년의 얼굴을 보다가 카말라가 몹시 떠올랐을 때, 싯다르타는 문득 카말라가 오래전, 젊은 날에 자기에게 한 번 했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은 사랑할 줄 몰라." 카말라는 그렇게 말했고, 싯다르타는 그 말이 옳다고 인정하며 자기를 별에,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을 떨어지는 나뭇잎에 견주었지만, 그러면서도 그 말에서 나무람도 느꼈었다. 참으로 싯다르타는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자기를 잃고 내맡기지 못했고, 자기를 잊지 못했고, 다른 누군가 때문에 사랑의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못했다. 한 번도 그러지 못했으며, 그때 보기에는 바로 이것이 자기를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과 갈라놓는 큰 차이였다. 그러나 이제, 아들이 곁에 온 뒤로, 이제 그도, 싯다르타도 온전히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고, 한 사람을 사랑하고, 한 사랑에 자기를 잃고, 한 사랑 때문에 바보가 된 사람이. 이제 그도, 늦게나마, 한평생에 한 번 이 가장 강하고 가장 기이한 열정을 느꼈고, 그 열정으로 괴로워했고, 가련하게 괴로워했으며, 그러면서도 지복에 젖었고, 그러면서도 조금은 새로워지고, 조금은 더 부유해졌다.

싯다르타도 느끼고는 있었다. 이 사랑이, 아들을 향한 이 눈먼 사랑이 하나의 열정이라는 것을, 아주 인간다운 무엇이라는 것을, 그것이 윤회라는 것을, 흐린 샘이요 어두운 물이라는 것을.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느꼈다. 이 사랑은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랑이었고, 제 본질에서 우러나온 사랑이었다. 이 즐거움도 값을 치러야 했고, 이 아픔도 맛보아야 했고, 이 어리석은 짓도 저질러야 했다.

그사이 아들은 아버지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게 내버려 두었고, 제 마음을 사려고 애쓰게 내버려 두었고, 날마다 제 변덕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게 내버려 두었다. 이 아버지에게는 소년을 사로잡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소년이 두려워할 만한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 아버지는 좋은 사람, 좋고 어질고 순한 사람, 어쩌면 아주 경건한 사람, 어쩌면 성자였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소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성품이 아니었다. 자기를 이 초라한 오두막에 가두어 두는 이 아버지가 소년에게는 따분했다. 따분하기만 했다. 그리고 이 아버지가 버릇없는 짓마다 미소로, 욕설마다 다정함으로, 못된 짓마다 어진 마음으로 갚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 이 늙은 능구렁이의 가장 가증스러운 술수였다. 소년은 차라리 이 아버지에게 위협을 당하고, 이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는 편이 훨씬 나았으리라.

그러다 어느 날이 왔다. 어린 싯다르타의 속마음이 터져 나와, 드러내 놓고 아버지에게 맞선 날이었다. 아버지가 소년에게 일을 하나 시켰다. 땔감으로 쓸 잔가지를 주워 오라고 일렀다. 그러나 소년은 오두막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고집스럽게, 씩씩대며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발을 구르고 주먹을 움켜쥐더니,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기세로 아버지 얼굴에 대고 증오와 경멸을 내질렀다.

"잔가지는 당신이 직접 주워 와!" 소년이 거품을 물고 소리쳤다. "난 당신 종이 아니야. 당신이 날 안 때린다는 거 다 알아. 감히 못 때리잖아. 당신이 그 경건함하고 너그러움으로 날 줄곧 벌주고 주눅 들게 하려는 것도 다 알아. 당신은 내가 당신처럼 되길 바라지. 당신처럼 경건하고, 당신처럼 순하고, 당신처럼 지혜롭게! 하지만 난, 잘 들어, 당신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라도, 당신처럼 되느니 차라리 노상강도에 살인자가 돼서 지옥에 떨어질 거야! 난 당신이 미워.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당신이 우리 어머니 정부였던 게 열 번이라 해도!"

분노와 울분이 소년의 속에서 넘쳐흘러, 거칠고 모진 말 백 마디가 되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아버지에게 쏟아졌다. 그러고 나서 소년은 달아났다가 저녁 늦게야 돌아왔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소년은 사라지고 없었다. 두 가지 빛깔의 나무껍질로 엮은 작은 바구니도 사라지고 없었다. 두 뱃사공이 뱃삯으로 받은 동전과 은전을 넣어 두던 바구니였다. 배도 사라지고 없었다. 싯다르타가 보니 배는 건너편 강기슭에 놓여 있었다. 소년은 달아나 버렸다.

"그 아이를 뒤쫓아야 하오." 어제 소년이 퍼부은 욕설을 들은 뒤로 비통함에 떨고 있던 싯다르타가 말했다. "어린아이 혼자서는 숲을 지나갈 수 없소. 그 아이는 죽고 말 거요. 물을 건너려면 뗏목을 만들어야 하오, 바수데바."

"뗏목은 만드세," 바수데바가 말했다. "그 아이가 몰고 간 우리 배를 도로 가져와야 하니 말일세. 하지만 아이는 가게 두게, 벗이여. 그 아이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닐세. 제 앞가림은 할 줄 아네. 그 아이는 도시로 가는 길을 찾고 있네. 그리고 그 아이가 옳네. 그걸 잊지 말게. 그 아이는 자네가 하지 않고 미뤄 둔 일을 하고 있네. 제 몸을 제가 돌보고, 제 길을 가고 있네. 아, 싯다르타, 자네가 괴로워하는 게 보이네만, 자네가 겪는 아픔은 누구라도 웃고 싶어질 아픔이고, 머지않아 자네 스스로도 웃게 될 아픔일세."

싯다르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벌써 도끼를 손에 들고 대나무로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고, 바수데바는 싯다르타를 도와 대나무 줄기들을 풀로 꼰 밧줄로 한데 묶었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강을 건넜는데, 물살에 멀리 떠밀려 내려가는 바람에 건너편 강기슭에 닿고 나서는 뗏목을 끌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도끼는 왜 가져왔소?" 싯다르타가 물었다.

바수데바가 말했다. "우리 배의 노가 없어졌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그러나 싯다르타는 벗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바수데바는 소년이 앙갚음을 하려고, 또 두 사람이 뒤쫓지 못하게 하려고 노를 내던졌거나 부러뜨렸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과연 배 안에는 노가 없었다. 바수데바는 배 바닥을 가리키고는 미소 띤 얼굴로 벗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렇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자네 아들이 자네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보이지 않나? 그 아이가 쫓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보이지 않나?" 그러나 바수데바는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는 새 노를 깎기 시작했다. 싯다르타는 달아난 아이를 찾으러 떠나겠다며 작별을 고했다. 바수데바는 싯다르타를 말리지 않았다.

숲길을 한참 걸었을 때, 싯다르타에게 이렇게 찾아 헤매는 일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벌써 멀찍이 앞서가 이미 도시에 닿았거나, 아직 길 위에 있다 해도 뒤쫓아 오는 자기를 피해 몸을 숨기리라고 싯다르타는 생각했다. 생각을 더 이어 가다 보니, 자기가 실은 아들을 걱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아이가 죽지도 않았고 숲에서 무슨 위험이 닥치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데도 싯다르타는 쉬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으니, 이제는 아이를 구하려고서가 아니라 그저 갈망에 끌려, 그저 어쩌면 한 번 더 아이를 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그는 도시 앞까지 내처 걸었다.

도시 가까이에서 넓은 한길로 나섰을 때, 싯다르타는 한때 카말라의 것이었던 아름다운 즐거움의 정원, 언젠가 가마에 탄 카말라를 처음 보았던 바로 그 정원의 어귀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시절이 영혼 속에서 되살아나, 싯다르타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벌거벗은 젊은 사문으로, 머리카락에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채 그곳에 서 있던 자기 모습을 다시 보았다. 오래도록 싯다르타는 서서 열린 문 너머로 정원 안을 들여다보았고, 누런 가사를 걸친 승려들이 아름다운 나무들 아래를 거니는 것을 보았다.

오래도록 그는 서 있었다. 생각에 잠기고, 지난날의 모습들을 바라보고, 제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오래도록 그는 서서 승려들 쪽을 바라보았으나, 승려들 대신 젊은 싯다르타를 보았고, 높은 나무들 아래를 거니는 젊은 카말라를 보았다. 싯다르타는 또렷이 보았다. 카말라에게 대접받던 자기를, 카말라의 첫 입맞춤을 받던 자기를, 브라만으로 살던 지난날을 오만하게, 업신여기며 돌아보던 자기를, 오만하게, 갈망에 차서 세속의 삶을 시작하던 자기를. 싯다르타는 카마스와미를 보았고, 하인들을, 술잔치를, 주사위 노름꾼들을, 악사들을 보았고, 새장 속에 든 카말라의 노래하는 새를 보았으며, 이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살았고, 윤회를 숨 쉬었고, 다시 한번 늙고 지쳤고, 다시 한번 역겨움을 느꼈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꺼 버리고 싶은 소망을 느꼈고, 다시 한번 거룩한 옴으로 나았다.

정원 문 곁에 오래도록 서 있고 나서야 싯다르타는 자기를 이곳까지 몰아온 갈망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자기는 아들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아들에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아난 아이를 향한 사랑을 그는 가슴 깊이 상처처럼 느꼈고, 동시에 이 상처가 그 속을 헤집으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꽃이 되어 빛나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상처가 이 시간에 아직 꽃피지 않고 아직 빛나지 않아서, 싯다르타는 서글펐다. 자기를 이곳으로, 달아난 아들의 뒤로 끌고 온 소망의 목표가 서 있던 자리에, 이제는 공허가 서 있었다. 싯다르타는 서글프게 주저앉아,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죽어 가는 것을 느꼈고, 공허를 느꼈고, 더는 아무 기쁨도, 아무 목표도 보지 못했다. 싯다르타는 깊이 잠겨 앉아 기다렸다. 이것을 그는 강가에서 배웠다. 이것 하나를. 기다리는 것, 인내하는 것, 귀 기울이는 것을. 그리고 한길의 먼지 속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지치고 서글프게 뛰는 제 심장에 귀를 기울이며, 한 목소리를 기다렸다. 몇 시간이고 그는 귀 기울이며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더는 아무 모습도 보지 않았으며, 공허 속으로 가라앉았고, 길 하나 보이지 않는 채로 가라앉는 대로 저를 내맡겼다. 그리고 상처가 쓰라리게 타오를 때면 소리 없이 옴을 읊었고, 옴으로 제 안을 채웠다. 정원 안의 승려들이 싯다르타를 보았는데, 그가 여러 시간이나 웅크리고 있고 잿빛 머리 위로 먼지가 쌓여 가자, 한 승려가 다가와 바나나 두 개를 앞에 내려놓았다. 노인은 승려를 보지 못했다.

얼어붙은 듯 굳어 있던 그를 깨운 것은 어깨에 와 닿은 손이었다. 그는 곧 이 손길을, 그 여리고 수줍은 손길을 알아보고 정신을 차렸다. 몸을 일으켜, 자기를 뒤따라온 바수데바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바수데바의 다정한 얼굴을, 온통 미소로만 채워 놓은 듯한 자잘한 주름들을, 그 밝은 두 눈을 들여다보자, 그도 미소 지었다. 그제야 앞에 놓인 바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나나를 집어 들어 하나는 뱃사공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먹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바수데바와 함께 숲으로 되돌아가, 나루로,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도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고, 누구도 소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누구도 소년이 달아난 일을 말하지 않았고, 누구도 상처를 말하지 않았다. 오두막에서 싯다르타는 제 잠자리에 누웠고, 얼마 뒤 바수데바가 야자즙 한 사발을 권하려고 다가가 보니, 벗은 벌써 잠들어 있었다.